가장 행복한 날
 
 
 
 
올마이트와 월야 중, 누가 먼저 상대에게 사귀자고 이야기를 꺼냈을까. 많은 이들은 올마이트가 월야에게 먼저 사귀자고 했을 것이라 예상하겠지. 허나 그것은 오산이다. 먼저 사귀자고 한 것은 유메였다. 노을빛이 길게 드리워지던 어느 골목길에서 그녀는 올마이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그에게 말을 걸었고, 올마이트는 그녀에게 승낙의 답을 내놓았다. 그 뒤로 그들은 연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올마이트가 히어로를 은퇴하기 전, 비록 붙어있는 시간은 짧았지만 못 본 만큼의 애틋함은 있기 때문에 그들은 그것을 위로로 삼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느 날, 올마이트가 은퇴를 하고 학교를 쉬는 날, 때 마침 히어로로 데뷔를 한 월야도 쉬는 날이였다. 유메의 옆에 살짝 붙어 기대어 독서를 하고 있었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메."
 
"네, 토시노리 씨."
 
 상대가 본명을 부르면 상대도 똑같이 본명으로 불러준다. 이것이 그들이 정한 룰이였다. 그리고 조금의 의미를 모를 침묵 끝에 올마이트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몇 초간의 침묵이 뒤를 이으자, 유메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 결혼하는게 어때?"
 
 
 
 처음의 이 이야기는 말 없이 책장을 팔랑거리며 넘기던 월야를 멍하게 있게 만들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유메에게 있어서 이 이야기는 과거에 있어 그저 꿈꿔왔던 이야기에 불과했다. 허나 지금 이 순간, 그 이야기는 더 이상 꿈이 아니였다. 근사한 프러포즈가 없어도 좋았다. 그러한 말만 들어도 너무 기뻤다.
 
"올마이트, 먼저 그리 말을 꺼내 주어서 고마워요."
 
 나는 먼저 당신이 결혼하자고 이야기를 꺼낼 줄은 생각도 못 했거든요. 라고 조심스럽게 그녀는 지나가듯이 말을 했다. 허나 전 넘버원 히어로가 이것을 모르고 지나칠 리는 없었다. 그는 책을 넘기던 그녀의 손을 그 옛날 그녀를 구하는 것 만큼이나 따뜻하게 감싸쥐고는 약간의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전에, 네가 나에게 말했었지. 나를 사랑해도 되냐고. 나는 그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그에 다르게 내가 네게, 우리가 결혼하는게 어떠냐고 물어본 것은 지금 당장 대답을 원하지는 않아. 천천히 생각을 해 주렴."
 
 유메는 결혼, 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당장 자신에게 닥칠 것 이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사귀는 사람과의 결혼은 후반으로 가서 차차 생각하면 될 것 같았고, 딱히 결혼을 하지 않아도 자신과의 연인과 잘 살아가면 된다. 라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과의 결혼 은 상상을 하기만 해도 얼굴이 후끈 하고 달아오르기 십상이였고, 겨우겨우 진정하고 다시 생각을 해도 역시나 버진로드를 걷는다는 것은 얼굴이 붉어지는 지름길이였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토시노리씨."
 
"그럼 좋은 답변, 기다리고 있을께."
 
 내 사랑. 이라고 말하며 그는 유메의 어깨를 끌어당겨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이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데 여기서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기회가 온다는 건가? 그리고 나는 이 사람과 행복해져도 될까? 그런 물음이 그녀의 머릿속을 꽉 차지했다.
 
 
 
"누님, 그래서?"
 
"아직 확실하게 답을 내놓지는 않았어."
 
 카페 겸 꽃집 - 유메네 히어로 사무실 밑이며 유메의 가게- 있는 유메의 앞에 앉아있는 이는 유메의 친동생이다. 5살씩 이나 차이나는 이들은 그래도 둘의 사이가 돈독했다. 따뜻한 음료를 한 잔씩 하며 그들은 오늘도 이야기꽃을 피워내었다.
 
" 나, 그와 결혼해서 행복해져도 될까."
 
 동생을 부른 유메는그의 눈치를 한 번 살펴보았다. 지금의 연인이랑 잘 되어가고 있는데 내가 너무 초를 치는 것일까. 너무 빨리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유메는 생각이 너무나 많아졌다. 항상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는, 필요가 없는 생각까지 하기 일 수 였다. 때문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누님, 나는 이리 생각해. 누님이 행복해져도 된다는 생각,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해지는데 누님만 안 행복해질 이유따윈 세상에 어디에도 없잖아."
 
"허나, 나는 빌런이 되길 가장 가까운 이 이고.."
 
"그게 뭐 어때? 우리의 고모가 빌런이라고 해서 누님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는건 어찌보면 사실이기도 해. 허나 누님은 누님만의 길이 있잖아. 행복해져야 한다는 길이.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후회는 안 해?"
 
"후회? 무슨 후회를 말하는 것일까. 우리 누님은. 나는 후회 따위 하지 않아."
 
 그 말 한 마디가 유메에겐 너무나도 강하게 뼈를 때리는 말이 되었다. 고마웠다. 솔직하게 그녀의 주변에 이런 말을 하는 이가 몇몇이나 될까. 자신과 친한 이 들만이 그녀에게 이 말을 할 수 있겠지. 그녀는 이러한 이들이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고맙고 감사했다.
 
" 나에게 용기를 줘서 고마워."
 
"누님, 나는 한 것이 없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고작인걸."
 
"결혼식 날이 결정이 되면 청첩장 보낼께."
 
"나 1등 들러리로 가도 되어?"
 
 당연하지, 라고 말하며 유메는 그의 손을 감싸잡았다. 그 전에 그의 핸드폰으로 집에 빨리 돌아가겠다고 연락을 해 놓은 상태였으며 자신의 의견을 빨리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가슴이 거세게 뛰었고, 잘 통제가 되지 않았지만 유메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자신에게 없는 능력이지만 있다면 당장 축지법을 쓰고 달려가서 자신의 의견을 그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물론 당사자의 앞에서는 제대로 나오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정답이였다. 집으로 돌아가서 밥을 먹고 씻은 뒤에도 유메는 올마이트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잘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내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을 때 그녀가 올마이트를 보고 입을 열었다. 그 눈은 확고에 차 있었다.
 
" 토시노리, 우리 결혼해요."
 
 
 
 그리고 그 후는 정말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다.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일이 우선이였기에, 둘은 서로 부모님게 이 일을 알렸다. 허나 그랜토리노는 못 간다고 하며 전화통화로 나마 축하한다고 말을 해 놓았다. 뒤에 못난 제자를 신랑으로 삼아도 괜찮냐고 하면서 말하긴 했지만.. 유메는 괜찮다고 말했다. 유메네 부모님은 둘 다 참석 할 수 있다고 말 하셨으며 순식간에 만나기로 할 날과 약속장소와 시간이 정해졌다. 올마이트에게는 이 자리가 유메의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첫 자리였다. 약속의 날, 올마이트 혼자 이 자리에 참석했으며 유메와 같이 앉았고, 반대편에는 유메의 아버지, 어머니가 앉았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조심스러워졌고 올마이트는 유메에게 평소에 하던대로 하라고 했지만 유메는 그러질 못했다. 그와 부모님의 첫 대면자리인걸. 준비과정에 있어서도 유메는 침착하질 못했고 본래의 성격이 어디로 사라진 듯 그 자리에 있는 이는 타인이 보기에는 유메가 아닌 것 같아보였다. 이를 진정시켜준 것은 다름이 아닌 올마이트였으며 그는 그녀의 꼭 잡아주고 진정시켜주었다. 그도 긴장하기에는 마찬가지였다. 넥타이가 엉성하게 정리되어있자 유메가 풀어주고 다시 묶어줄 정도였으니.
 
"넘버원 히어로를 더 좋은 자리로 모시지 못한 것, 일어나서 인사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보다싶이 제 다리가 이런지라.. 그 때 딸을 구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도쿠로는 휠체어에 앉아 숙일 수 있을 만큼 허리를 깊게 숙여 전 (前) 평화의 상징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의 마음을 전했다. 딸이 그토록 사랑하고 동경하고 같이 걸어나가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딸과 연애를 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넘버원 히어로 올마이트라,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면 길길히 날뛰었으리라. 저의 아버지는 손녀에게 히어로가 되지 말라고 했던 장본인 인걸. 악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딸에게는 조부의 마지막 말이 족쇄가 되었었다. 그 족쇄를 끊어준 인물이 자신에게 눈을 맞추고 있는 이 사람이여라.
 
"아닙니다. 월.. 아니, 유메가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줬습니다. 저는 이 아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습니다."
 
"며칠 전, 유메가 저희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연인인 자는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어줬기 때문에 자신이 여기에 여기있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 말 그대로 유메를 그 날에 구해주셨기 때문에 유메는 여기에 있을 수 있게 된거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올마이트. 저희는 두 사람이 서로가 좋다하면 이 결혼을 허락하는 바 입니다."
 
"제가 유메와 결혼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양 쪽 사람 모두 상대에게 깊은 인사를 했고 함께 식사를 했다. 같이 동거를 해오며 기억에 남는 추억과 함께, 그렇게 이야기 꽃이 피워져갔다. 도쿠로와 하나는 그런 둘을 보고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중들에게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르게 그녀에게 보여주는 그의 참된 모습. 거짓이 없는 모습이였다.
 
"결혼은 언제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늦어도 여름 안으로 할 계획이에요."
 
"왜 하필 여름 안으로?"
 
"음.. 날이 더워지니깐요. 그리고,"
 
 유메는 저도 모르게 올마이트를 올려다 보았다. 올마이트는 밥그릇을 들고 가만히 밥알을 씹어넘기고 있었다가 유메와 눈이 마주치자 웃어보였다. 유메는 그 웃음에 보답을 하는 듯이 그를 가만히 보다가 손을 맞깍지 잡아보았다.
 
"아니다, 따로 이유는 없어요."
 
 
 
  허락도 받았겠다. 그 다음 날 부터 유메와 올마이트는 식장을 고르기 위해 나섰다. 히어로 사무실에는 일이 있어서 2주일간의 휴가를 모두에게 통보한 참이였다. 혹의 사태를 대배하여 언론에도 2주간 개인적으로 쉰다는 정보를 흘려두고 싶었으나, 샵에 가면 다 자신을 알아볼 것 같았기 때문에 그것은 그만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둘이 입장하자마자 여기저기서 우와 우와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그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모두에게 세간에 올리는 공표하는 일은 하지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야 몇개의 설명을 듣고 드레스와 턱시도를 고르기 시작했다. 다 그러하듯 체형과 원하는 디자인을 골라 입는 식이였는데, 흑색과 백색이 대표적이였다. 올마이트는 유메가 입고 나오는 족족 예쁘다고 했지만 유메는 그것보단 좀 더 특별한 것을 입고 싶어했다. 흰색도 괜찮지만 좀 더 포인트를 줄 만한 무언가를.. 두리번 거리던 그녀의 눈에 한 드레스가 들어왔다. 시스루 천이 가슴까지 올라온 드레스 인데, 장미 덩쿨 장식이 가슴으로부터 치마까지 구불거리며 내려온 디자인이였다.
 
"저걸 입어보고 싶어요."
 
 직원 중 한 명이 스탠드 마네킹에 걸린 것을 가져왔다. 커튼 뒤로 들어간 그녀는 하나하나 꼼꼼히 그 드레스를 입어보았다. 자신의 마음에 쏙 들었다. 백장미가 모티브 처럼 보인 그 드레스는 흰색임에도 불구하고 장식이 잘 드러나보였다. 여기에 포인트 될 만한 것이 있다면 코사지가 좋을려나. 코사지는 나중에 골라야겠다. 그 생각이 끝나자 딱 맞추어서 커텐을 열겠습니다. 라는 직원의 소리가 들려왔고 커텐이 걷어졌다.
 
" 어때요? 이번 것은 괜찮나요? ... 올마이트?"
 
 저의 연인은 멍하게 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흑발과 대비되는 흰 드레스를 입었을 때도 아름다운데, 지금은 드레스와 그걸 입고 있는 사람은 아예 홀연일체가 된 것 같아보였고, 여기에 있는 그 무엇들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유메, 너무나 아름다워. 정말로, 빈말이 아니라."
 
 베시시 웃는 그녀를 보고 올마이트 또한 웃음을 지었다. 그 직후, 올마이트도 옷을 갈아입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검은 벨벳으로 이루어진 그의 옷은 세간에 알려져 있는 명 대로 그 이름에 걸맞게 우아했다. 그가 입음으로서 더 우아한 면모를 보이는 것 같았다. 이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유메는 혹시 모를 무언가를 대비해 좀 더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나섰다. 그러다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흰 크라바트가 달리고 그의 머리색과 반대색인 초록색 보석이 장식이 달려있는 양복이였다. 그녀의 눈이 반짝 빛이 났고 그의 눈이 또한 반짝 빛났다.
 
"저, 혹시, 제가 입을 만한 사이즈가 있나요?"
 
 제 신랑이 될 자는 몸집이 왜소하였다. 몇 년 전의 큰 전투 때문에 창자들과 폐 한 쪽을 적출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소식(小食)을 했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악화되지 않게 끔 신경을 많이 쓰는 나날을 지내왔다. 옷 사이즈 또한 그가 대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일 때 입는 옷은 너무나도 커서 그 안으로 유메의 양 손 ,양 발이 다 들어갈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옷의 사이즈를 못 찾는 것은 아니였다. 작을 뿐..
 
"고객께서 입으실 사이즈라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찾아봐 드릴까요?"
 
  올마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유메 또한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이 상상하는 그의 모습은 어떨까. 너무나도 아름답겠지. 같이 살아 오면서 그가 어울리지 않을 옷은 본 적이 없으니깐. 그리고 그가 커튼을 걷고 나타났을 때, 유메는 좀 전에 그가 그래왔던 것 처럼 말을 못 했다. 과장되어서 말을 하자면 그의 옷은 마치 그를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올마이트 또한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였으며 오랫동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입기로 했고 웃으면서 그 가게를 나오며 한 번 씩 더 주의를 주었다. 허나, 낮이 있다면 밤이 있듯이 몰래몰래, 그 정보들은 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그것은 안 것은 필요한 무언가들을 더 보려고 몇 개의 샵을 둘러보고 난 다음날 이였으며 그것도 그들이 먼저 안 것이 아니였다. 뉴스에 민감하고 그만큼 자주 보았던 미도리야가 그들에게 전화를 해서 먼저 알게 되었으며 그 뒤로 불같이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기에 그 시간 이후로 누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면 그들이 먼저 뉴스 기사를 보고 왔냐고 할 정도였다. 성난 벌 때 같이 달려드는 핸드폰을 잠시 끄고 그들은 어안이 벙벙 한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렴 어떠한가, 언젠가는 알려질 일. 그것보다 지금은 눈 앞에 있는 일 만을 신경쓰고 싶어했다. 청첩장을 한 장씩 반으로 접으며 그들은 자신들이 결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겨울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모르겠다. 분명 결혼 준비를 할 때에는 늦은 가을에서 겨울로 막 될 무렵 이였는데, 지금은 어느새 겨울이 훌쩍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유메는 지금 자신이 고른 드레스를 입고 신부측 대기실에 있었다. 심호흡을 해 보았지만 긴장이 가시질 않았다. 치맛단도 꼭 잡았지만 떨림이 가시질 않았다. 두려움이 높은 파도 처럼 몰려왔다. 휩쓸릴 것 만 같았다. 그 파도에 떠밀려 어디론가 떠내려갈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저를 걱정하는 동생의 말도, 옆에서 챙겨주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도 들리질 않았다. 제가 나갈 차례가 되었다. 그 때서야 겨우 정신이 들었고, 목발을 짚은 아버지와 같이 이동을 했다. 한걸음 걸음 내딛는 발이 무겁기만 했다. 가슴이 눌러지는 것만 같아왔다. 숨 쉬기도 힘들었지만 제 손을 잡은 아버지가 손을 한 번 더 강하게 잡아줘서 그 때 정신이 들었다. 아버지는 자신을 보며 방긋 웃어보였다. 자신도 웃어보이려는 찰나, 가로막는 문이 열렸다. 버진로드 앞으로 그가 보였다. 베일 너머로 환한 웃음이 보였다. 한 걸음씩 가까워 질 수록 볼에는 눈물이 타고 내리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었다.
 
"왜 우는 것이지?"
 
 그가 고개를 숙여서 베일 너머로 자신과 눈을 맞추었다. 예식장 안으로 보이는 봄날의 푸르른 하늘보다 더 깊은 푸른 색을 지니고 있는 그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겠는지 유메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고 그와 다시 눈을 맞추고 눈물이 맺은 눈을 초승달 마냥 휘어지게 하여 웃어보였다.
 
"좋으니깐요. "
 
 주례없이 결혼은 진행되었고 사회만이 존재했다. 유에이 고교의 선생인 마이크가 사회를 보았다. 열정적인 그의 큰 목소리에 예식장은 조금 크게 울렸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너무도 좋았다. 자신이 이 사람과 결혼을 한다. 그래도 될까, 라는 물음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너무나도 행복한 나머지 앞을 가리고 있던 베일이 들리는 것도 몰랐다.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의 키스가 있겠다고! EVERYBODY!"
 
 그 말에 올마이트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예식장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걸 본 월야는 저 사람의 볼이 저렇게, 마치, 자신의 눈 마냥 빨갛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올마이트가 저의 턱을 장갑을 낀 손으로 살짝 잡고 안절부절 못하자 유메는 눈을 잠시 감고 올마이트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먼저 입을 맞춘 뒤 잠깐 때었다. 그 또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였지만 다시 그녀를 안고 깊게 입을 맞추어 주었다.
 
 
 
어느 찬란한 봄날에, 벚꽃이 떨어지던 그 날에 그들은 벚꽃보다 더 행복한 날을 맞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