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새신부 표정이 왜 그래?”
“응?”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나 지금 화났어! 라고 주장하는 듯 치켜 올라간 눈을 한 미다레가 제 주인의 얼굴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
 
“가라앉은 표정은 어울리지 않아. 수심이 가득한 표정의 신부가 어디 있는데? 정말이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불경하게도. 주인의 미간을 살며시 누르는 그 모습에 여자는 별로 개의치 않았는지 흐린 미소를 지었다. 그런 표정을 했니? 탁한 녹색의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사라락 흘러내렸다.
 
무슨 일이 생기면 입을 닫아걸고 혼자 고민하는 천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오늘도 그중 하나였지만, 평소보다 조금은 더 무거운 고민을 안고 있었다고 감히 말해본다.
 
끔찍하게 약한 몸이었다.
 
어머니는 저를 조산으로 낳았더라나, 기계 안에서 그 가느다란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있더니 의사는 눈도 채 뜨지 못한 갓난애인 저에게 그리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했다. 이유를 모르는 병이랬지. 열 살은 넘길 수 있을는지, 스무 살까지 살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이라느니. 필사적으로 삶을 이어가는 제게 내려지는 선고는 으레 그런 것이라, 언제 죽어도 문제없게 지내는 것이 버릇되어 있었다.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다. 장래에 관한 꿈은 꾸지 않은 지 오랫동안으로, 지금을 살아가기에 급급했다.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이야 존재했지만, 하늘이 내려주는 천수라는 것이 그리 마음대로 되던가. 아무튼, 저는, 죽음과 삶의 경계를 몇 번이고 오간 몸이었다. 언제였던가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것을 꿈꾸기도 했지만, 맺어지기도 전에, 맺어진 직후의 자신이 어떻게 될지 감히 확신하지 못한 것이 있어 마음에 묻었다. 있을지도 모르는 그 상대에게 너무나 몹쓸 짓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었다. 무서웠다. 하루하루가 살을 에는 듯한 겨울이었다.
 
나날이 우울해져 가는 딸을 보다 못해 몸의 요양 겸 삶의 의미를 만들어주고 한 부모가 결정한 것이 사니와직을 받게 하는 것이었다. 영맥에 있는 터는 그 기운이 좋고, 병을 베었다고 하는 검들이 곁에 있다면 딸을 잡아 삼키려는 병마도 쉬이 가까이 오지 못하겠지 하는 생각. 몸 때문에 책을 읽는 것 빼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제게 그나마 할 것이 생겨 열심히 했다. 그들의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냥 그렇게. 그럭저럭 괜찮은 주인으로 열심히 하다 가자고 생각했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도 또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 앗, 하는 사이에 연정을 깨닫고 눈을 깜박이는 사이에 혼례를 치르자는 말을 듣고,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분위기에 휩쓸려 알겠다고 말을 해버린 것이다. 마가 끼었나. 그를 사랑했지만, 감히 사랑한다는 말을 올리지도 못하는 저였기에. 그리고 당장 오늘, 겨울의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눈처럼 새하얀 신부가 될 수가 있었다.
 
갑자기 입을 닫은 주인의 모습에도 별로 개의치 않은 듯 미다레는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비스듬히 옆에 놓인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무척이나 생경해 무심코 시선을 돌려버렸다. 사랑하면 봄이 온다고 했지만, 저에게 이 계절은 아직 겨울이라 상냥한 반려가 추위에 지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기쁜 날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다니 얄궂기도 하지. 자신보다 더 들떠 새벽같이 일어나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검들에게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이 먼 곳에서부터 들렸는데, 그와 상반되게 차분한 발걸음 소리가 섞여 들렸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제 방으로 가까워지는 발소리. 아, 하필이면 지금. 무릎 위에 올린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방문이 열렸다.
 
“엣, 신부 방에 마음대로 들어오는 게 어디 있어, 우구이스마루 씨?!”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아. 미다레, 자리를 비켜주겠나?”
“사소한 게 아니야! 아, 밀지 마! 주인님~!”
 
믿을 수 없다는 듯 펄펄 뛰는 미다레의 등을 가만히 밀어 방 밖으로 내보내고 차분한 모습으로 문을 닫는 우구이스마루와 조금 있다가 다시 올 거니까! 시간이 조금 있으니 봐주는 거니까! 하고 우당탕 소리와 함께 멀어지는 발소리에 여자는 무심코 풋, 하고 웃었다.
 
“정말이지, 다들 들떠 소란스럽군.”
 
곧 시선을 다시 여자에게 돌린 우구이스마루의 눈동자가 선명하게 빛나고는, 언제나 차분한 표정을 짓던 얼굴이 상기되어 사랑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자 여자는 괜히 부끄러워져 제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머리에 꽃은 매화꽃 장식의 비녀가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응, 설중매雪中梅라고 하는 것은 이를 말하는 것인가?”
 
팔짱을 끼고 제 주인의 차림새를 찬찬히 훑어보던 우구이스마루가 그렇게 말했다. 실없는 소리를 하네요, 퉁명스럽게 말을 뱉으면서도 어쩔 줄 몰라 시선을 땅바닥에 내리꽂지만, 붉어진 제 얼굴을 가릴 방법은 또 없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한창 필 시기인 매화가 아직 피지 않았다고 해서, 휘파람새가 상태를 보러 왔다마는.”
“매화나무를 찾아오는 새는 휘파람새가 아니라 동박새인걸.”
“무어,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말아. 매화에 휘파람새(梅に鶯)라는 말은 변하지 않으니.”
 
어깨를 으쓱한 우구이스마루가 제 주인 곁에 앉았다. 사소한 습관으로 반 뼘 옆으로 비켜주자 다시 그만큼을 채우는 모습에 여자는 고개를 기울였다. 언제나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던 그가 가까운 거리까지 오는 일은 드물었기에. 제 불안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일까, 입을 열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기로 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제 흥미가 없는 것은 적당히 관심을 끄고 넘기는 그이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은 그의 관심사 중 하나였기에.
 
물끄러미 저를 관찰하는 시선에 할 말을 찾지 못해 우물쭈물하다 여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구이스마루는 나로 괜찮았던 건가요?”
“그건 혼례일에 물을만한 내용인가.”
 
웃음기를 담은 답에 잠시 부루퉁해졌다가 곧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있는 모든 남사들 중에서 자신을 오래 봐왔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존재다.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자신이 여기에 있고, 어떠한 상태이며 어떠한 성정의 사람인지 모르지 않을 텐데도 어울리지 않는 고집을 부리며 곁에 있겠다 한 존재다. 그래, 동정일 수도 있겠다. 따스한 봄을 모르는 편이 낫다며 물러나 버리는 사람이 안쓰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 어느 의미 보호자이기도 한 그이기에 그 연장선일지도 모를 테다. 자신은 과연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는지 반문해보지만, 아무래도 분에 넘치는 행복이기에 움츠리게 된다. 그러니 아직 겨울이고, 아직 춥게 느껴진다.
 
흠, 그렇군. 하고 제 턱을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드리던 우구이스마루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몸에 관한 일이라면 쭉 곁에서 보고, 신경을 써 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관계없을 테지. 인간의 육신이 진다 해도, 그 혼백만큼은 불멸이기에 곁에 매어두면 되는 일인지라. 응, 문제없군.”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말을 하시고.”
“몰랐나? 신과 혼례를 올린다는 것은 그에게 종속된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를 알고 내 부인이 되어준다고 약조한 것으로 생각했다마는? 바람이 서서히 빠지듯 웃고서 다시 녹색의 눈동자를 여자에게 고정한다. 경험이 없는 저도 알 수 있는 애정이 가득 담긴 눈동자.
 
사람이 내내 고민하는 것을 아무래도 좋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이 사람의 유구한 특징이라, 여자의 시선이 물끄러미 그를 향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당신을 걱정해 몸을 사린 내가 바보 같지 않은가. 신과 인간의 사랑이라니. 이야기책 속의 그 끝은 언제나 비극이었다. 역시 십 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
 
“그걸 알고 있나? 휘파람새는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새이지.”
 
우구이스마루가 몸을 기울여 제 주인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는 속삭였다.
 
“코바에(小梅枝), 나의 부인.”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덜걱이는 소리가 났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열이 올라버린 얼굴에 어쩔 줄을 모르는 여자를 우구이스마루가 껴안았다.
 
“네게 봄을 알려주기 위해 이 우구이스마루, 이렇게 찾아왔다.”
 
따뜻한 손이 여자의 등을 가볍게, 그러나 안심시키듯 토닥여주었다. 여자는 먼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가시지 않는 겨울의 추위에도 지지 않고, 곧 따스한 봄을 맞을 수 있기를 한 기원을. 아, 그랬다. 그렇기에 저는 그 마음을 담아 이름을 숨기지 않고 지내기로 한 것이었다. 우구이스마루의 품에서 작게 웃음을 흘리던 여자가 곧 그의 등으로 팔을 둘러 껴안았다.
 
사랑스러운 사람의 품 안에서, 창문 너머 살포시 비치는 매화 가지에 하나둘 피기 시작한 꽃봉오리가 보였다.
 
봄이 온다. 분명, 앞으로는 따뜻한 날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