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에나
결혼식
W. 카에나
다자이 오사무(27세) X 타테야마 카에나(24세)
화창한 아침에는 무엇이 어울리는걸까. 샤랄라한 공간에 둘러싸인 채로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맞이하는 그런 아침이 어울릴까? 아니면, 당일이 결혼식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한 침대에서 다정하게 잠들어있는 예비 신랑신부가 어울리는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명목인 남자 품에서 조용하고 포근한 아침을 맞은 새신부는 하품을 하고는 나 뭐하고 있었지.. 라는 말을 웅얼거리면서 기지개를 쭉 펴고 일어나더니 주위를 느릿하게 둘러보다가 보인 작은 탁상용 캘린더 달력에 붉은 글씨로 표시 된 오늘의 날짜가 보였다.
☆결혼식☆
10am까지
어? 자다가 깨어난 탓이라 생각하며 최선책을 내놓기 위해, 머리를 굴렸지만 답은 하나 밖에 나오지 않았다. 탁상용 시계를 바라보자 남은 시간은 1시간. 늦잠. 그것도 새신랑과 새신부가. 사이좋게 한 침대에서 나란히. 어.. 어어..? 머리는 산발에 씻고 메이크업을 받는다고 해도 1시간은 후딱 지나갈 것이 분명했다. 이런 민폐를.. 아니, 그 전에.. 머리를 한참 싸매면서 고민을 하던 새신부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곤히 잠들어있는 제 신랑을 차게 식은 눈으로 바라봤다. 이 아저씨, 아니. 이 사람이, 내 남편이 되고, 결혼식을 하는데도 이렇게 퍼질러 자고 있다.. 이거지? 새하얀 손바닥을 쫙 펴보이면서 조용히 색색거리며 자고있는 새신랑의 등으로 짜악 소리를 내면서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왜, 왜그러는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있는 그 남자의 표정이 곧 울상으로 변하더니 불쌍한 표정으로 시시각각 변하면서 엉엉 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심한 표정을 짓는 새신부의 표정이 급격히 굳으면서 일어나라며 흔들었다.
"우리 결혼식이 오늘이라구요!" 알고 그렇게 편하게 누워있는거냐면서 계속 타박하자, 남자는 웃으면서 여자의 푸른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알고 있고말고." 하지만 자네는 아주 사랑스러워서 준비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테니까. 그래서 더 오래 자게 놔둔 것이네만.. 흑흑하며 우는 척하는 남자의 볼을 꼬집은 여자는 빨리 준비하라며 손을 놓고 후다닥 챙기면서 남자의 차를 타고 식장으로 향했다. 식장으로 가는 내내 시간이 이제 겨우 40분 밖에 남지 않았다며 안절부절하는 사이에 휴대전화에서는 스타일리스트와 웨딩플래너들의 전화가 무진장 걸려왔다. 무어라 들을까 싶어서 고민하다가 전화를 20통 이상 받지 못했다.
" 걱정말게나. 자네는 본판 조차도 아름다워서 준비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을게야. "
" 농담하지말고 밟기나 하세요. "
농담 아닌데, 치이. 입을 비죽 내밀면서 불만을 품은 듯 했던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그녀가 손을 내밀어 그의 볼을 쓰다듬어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으면서 쓰담아주는 손바닥에 쪽 하며 입맞춰주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식장에 도착한 그들은 식장으로 눈치보며 주위를 살펴 들어가자 그곳에는 하객 마저도 안절부절해 하면서 신부는? 신랑은? 하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모르는 척 하며 각자의 대기실로 호다닥 들어가자, 어디에 계셨냐며 호통을 치는 스타일리스트들에 그녀는 사과하기 바빴고, 그는 웃으면서 능청을 떨었다.
신랑 다자이 오사무
신부 타테야마 카에나
그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커다란 무언가가 식장 문 앞에 나란히 있었다. 오늘은 타테야마 라는 성이 다자이로 바뀌는 날이기도 했다.
***
신부랑 신랑이 이제 막 돌아오셨대요! 이런 목소리가 들린 것은 식이 시작되기 약 20분 전이었다. 무장탐정사와 포트마피아에서 찾아온 하객들은 이제서야 온거냐며, 다자이는 그렇다쳐도 카에나까지 지각인게 이상하다 생각한 모두는 차례대로 안내를 받으며 식장 안쪽에 느긋하게 앉으며 이제 곧 시작할 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20분만에 그 두사람이 준비를 마치고 식을 제때 맞춰서 시작할 수 있을까? 그것이 두 조직의 고민거리였다. 제때 못 맞춘다고 하더라도 늦추면 되는 문제였기에 지금은 그들이 제시간에 도착해주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적어도 15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벌써 메이크업부터 드레스 셋팅, 헤어셋팅도 완벽하게 끝나있었다. 식이 시작하기까지 5분 전, 공교롭게도 타테야마의 부모님은 참석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에게 시간을 할애 할 만큼 다정한 부모도 아니었고, 그녀와 식장에서 손을 잡고 함께 걸어 줄 만큼 상냥한 부모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할거라는 말에도 그러니, 엄마랑 아빠는 못 갈 것 같으니 알아서 하렴. 이라며, 그녀가 신랑은 누구라는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그들은 회사로 돌아가 이제는 해외로 출장을 가버린 부모라는 이름의 그들을, 타테야마는 미워하지 않았다. 아니, 미워했지만 미워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부모가 미운가? "
" .. 아니요. "
밉지 않아요. 그분들은 저를 원하지 않았어도 지원해주고, 키워줄만큼 키워주셨으니까요. 그리고, 저를 원하는 분들을 찾았으니까요. 춤을 추는 것처럼 손을 꼭 잡고 식장 바깥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기분좋은 미소를 짓던 두 사람은 대조되는 옷을 입고 서있었다. 부모가 없는 신부는 신랑과 함께 들어가거나 혼자 식장으로 걸어들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타테야마는 다저이와 함께 들어가길 희망했고, 그것은 두 조직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앞으로 기다릴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몰라도, 이 앞은 분명 웃을 일이 많을 것이라 희망을 품고있었다. 그것은 다자이 오사무. 그도 마찬가지 일 것이 분명했다. 서로 나고 자란 시간은 다르지만, 함께하기 시작한 후의 추억은 서로가 가지고 있었고 시간도 같았다. 앞으로 쌓아갈 시간과 추억도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을 행복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갈까요? "
" .. 가세. 내가 앞으로 자네를 지켜주겠어. "
타테야마, 아니. 다자이 카에나 로서.
문이 열리고 끝에 서있던 나카하라 츄야가 주례로 서서 그들을 향해 바라보며 신랑, 신부 입장. 간결하게 외쳤다. 식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함께 입장하는 두 사람을 반겼다. 예쁘다! 멋지다! 카에나가 아깝다! 도둑놈! 마지막 말에 식장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금방 화기애애 해진 분위기 속에서 새하얀 드레스를 끌며 주례 앞까지 다가갔다. 걸어가는 동안, 죽음의 문턱에서나 마주한다는 주마등이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다. 눈물이 차올랐지만, 즐거운 분위기에서 울 수가 없었다.
마침내 주례인 나카하라 츄야 앞에까지 도달하자, 신랑신부 맞절이라 읊었다. 그에 마주본 두 사람의 표정은 그야말로 행복에 가득찬 얼굴이었다. 아아. 이렇게나 아름답다니. 다자이가 낮게 읊조리자, 타테야마는 웃으면서 고개를 느릿하게 숙였다가 들어올렸다. 다자이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신사적인 인사처럼 고개를 숙였다가 들어올렸다.
***
다자이 오사무, 그대는 타테야마 카에나를 아내로 맞이함으로서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평생 함께 할 것을 맹세합니까?
" 당연하지 않은가? 내게는 그녀 뿐이야. 당연히 맹세해. "
타테야마 카에나, 그대는 다자이 오사무를 남편으로 맞이함으로서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평생 함께 할 것을 맹세합니까?
" .. 평생, 함께 할 것을 맹세합니다. "
두 사람은 오늘부로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어 죽을 때까지, 아니. 죽은 후로도 부부의 연을 이어나갈 것을 선언합니다!
다자이 카에나. 그녀의 이름과 인생이 온전히 다자이 오사무에게 맡겨지고, 서로에게 결속 됨이 온 세상에 울려퍼질 것처럼 웃음소리가 식장 바깥으로 새어나갔다. 서로 맞잡은 손에서 반짝거림이 보였다. 무엇도 끊을 수 없을 것 같은 단단하고 고결한 그들의 사랑의 표식인 반지가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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